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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아빠의 기록들

[예비아빠] 19주차_아내의 급격한 신체 변화 이해하기(feat. 죽음의 5단계)

by 시월십일 2024. 3. 10.

급격한 신체 변화

요즘들어 아내가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성별을 확인한 이후부터 배가 엄청 커졌습니다. 

기존에 입던 옷들이 맞지 않고,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기가 점점 더 불편해진다고 합니다.

 

매일 몇 번씩 거울 앞에서 본인의 신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아내는 걱정과 두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아기가 점점 자라는 것은 물론 행복하고도 기쁜 일이지만, 그에 따른 변화는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마침 제가 또 리더십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인간의 감정과 변화 관리에 대해서도 조그마한 지식이 있습니다.

변화를 마주하는 순간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Five stages of grief

Five stages of grief

스위스 출신의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 1926-2004)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에서 선보인 모델로서,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로 구분지어 놓은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_죽음의 5단계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죽음의 5단계를 소개하는게 조금 묘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탄생과 사망 모두 기존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를 마주하는 인간의 감정이 어떤 단계로 나아가는지를 살펴봅시다.

 

물론, 이번 주제는 "아내의 신체적 변화에 따른 감정 변화"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1. 충격_당면한 상황에 놀라거나 충격 받음

길고 힘들었던 입덧이 끝나감과 함께, 아기의 성별을 확인하는 순간까지는 신체 변화에 대해서 크게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7~18주부터 급격하게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늘어나는 체중과 불러오는 배를 바라보면서, 사람의 몸이 이렇게 까지 갑자기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놀라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 부정_현실을 믿지 못한 채 그 상황이 거짓이란 증거 탐색

신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부터는 여러 형태의 부정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렇게 배가 불러오는 것은 입덧 끝나고 많이 먹어서 그런거야'라고 할 때도 있고,

'아기가 크면서 배가 커지는거야, 그래서 식사 때문에 배가 나온건 아니야'라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상황에 따라 배가 불러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3. 좌절_상황 변화를 인식하면서도 종종 분노함

이제 배가 커지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렇게 빨리 배가 불러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더 커질 것에 대해서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다만, 이 순간은 비교적 짧았던 것 같아요.

 

4. 우울_기분이 가라앉고 기력이 달림

좌절과 마찬가지로, 우울의 순간도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체가 변화하면서 본인의 상태에 대해 계속 저한테 물어보고 어떤지 봐달라하고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곁에서 계속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튼살크림을 발라주면서 아내의 기분을 다독여주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따른 변화인 만큼, 부정적인 단계는 다른 상황에 비해서는

짧고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그래도, 아내의 기분을 이해하고 받아주고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5. 실험_새로운 상황에 개입하기 시작함

실험적 요소를 많이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집에 있는 옷 중에 배가 나와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옷을 찾아서 입어보거나,

지퍼를 좀 내려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입거나, 이런 저런 편한 복장을 조합해보기 시작합니다. 

 

6. 결정_바뀐 상황에서 일하는 법을 익히고 좀 더 긍정적으로 느끼게 됨

현재는 이 단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임부복과 같은 느낌이 드는 옷들을 찾아보고 쇼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에는 펑퍼짐한 임산부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옷을 살 때도 그런 느낌의 옷을 가급적 피했는데요,

위와 같은 단계를 거친 후 "배가 커진다"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 행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임산부 옷처럼 보이지만 좀 더 예쁘고 세련된 옷을 찾아서 쇼핑하는 등의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구요.

 

마치며

사람은 누구나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면, 위와 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한다고 합니다.

다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각 단계를 좀 더 빨리 지나가던가 혹은 좀 더 오랫동한 특정한 단계에 머무는 등의 차이는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이전에 외적인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분이라면 신체 변화 단계에서 충격, 부정, 좌절, 우울 단계를 

더욱 깊고 길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그것보다 다른 요소에 가치를 두었다면 수월하게 그 단계를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아내가 변화를 맞이하고 있구나, 그리고 지금은 어떤 단계이구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적절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 남편과 좋은 예비 아빠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변화하는 신체 때문에 우울해하는 아내에게, "남들 다 겪는 건데 너는 왜이렇게 유별나게 행동해" 라거나

겨우 마음을 다잡고 임산부 옷을 구매하려는 아내에게, "집에 있는 옷 입으면 되지 뭘 또 새로 사려고 해" 등의 말을 한다면, 실험 단계에서 우울 단계로 되돌아가는 등 변화 곡선을 역행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변화에 대한 적응을 더디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겠죠.

 

저도 평소에 아내가 쇼핑하러 갈 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당분간 적극적으로 쇼핑을 응원하고 예쁜 옷을 선물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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